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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노정합의 파기, 상업적 철도공사화 저지 6.28 파업

    4.20 합의 중 철도 민영화와 관련해 철도청과 노조는 ‘철도구조개혁’에 대해 “공공성 강화를 위해 민영화 방침 철회, 유지보수 기능의 운영부문 통합, 철도노조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안 통과”를 합의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미 1월 인수위원회부터 철도공사 설립을 못 박고 5월 28일 정부의 확정된 ‘철도구조개혁법안’을 건교부를 통해 노조에 일방 통보했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모법인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 ‘한국철도공사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제정하고자 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유지보수 기능의 분리, 노조와의 사전 논의 없는 입법 추진’이 4.20 노사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졸속·일방적 입법 저지를 위해 6월 28일~7월 1일까지 4일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목차
    1. 개요
    2. 배경
    3. 파업 투쟁의 전개
    4. 결과와 의미

    2. 배경

    4.20 노정 합의 이후 철도공사 전환을 둘러싸고 정부와 철도노조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며 충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건설교통부는 노정 합의 이후 곧바로 철도 구조 개편 관련 법률의 국회 처리를 주장했고, 철도노조는 기존 민영화 방침이 철회된 상태에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논의 기간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철회하고 철도공사 전환 방침을 설정했다면 철도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사 운영방안까지 일정한 기한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 국정토론회 이후 정부는 이전까지 유지해온 철도노조와의 협의 흐름을 바꾸고 일방적 추진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민영화를 중단한 상태에서 철도노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철도 구조 개편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관련 법률의 국회 통과를 강행하려 했다. 또한 합의사항이었던 공무원연금 감소분 보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꿨다. 철도노조는 7~8월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철도산업기본법’과 ‘철도공사법’을 제정하자고 했으나 정부는 관련 법의 국회 의결을 강행하려 했다. 결국 철도노조는 철도 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상임위(건설교통위) 통과 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얘기만 반복하며 노동조합을 파업으로 몰아갔다.

    3. 파업 투쟁의 전개

    •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계류 중인 철도구조개혁 법률 수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고속철을 포함한 운영과 시설유지·보수 업무는 20004년 7월 발족 예정인 ‘철도공사’가 맡고, 신선 건설 및 기존 선의 복선화·전철화 등 대규모 사업은 내년 1월 발족 예정인 ‘철도시설공단’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 노조가 민주당 이호웅 의원이 입법 발의한 3개의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은 4.20 노정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며, 법안 처리에 동의한 정당과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 긴급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 상임위 상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 전국지부장회의를 개최하고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 상임위 상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파업 돌입 시기와 방법에 대한 권한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조합원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17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예정인 철도구조개혁법안의 입법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6월 28일 새벽 4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16~17일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졸속적 철도구조개혁법안 철회를 촉구하며 간부 연가 투쟁과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 민주당 이호웅 의원이 발의한 철도구조개혁법안이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에 상정되었다.

    •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철도구조개혁법안 중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이 통과됐으나, 공무원연금승계 문제와 관련된 한국철도공사법은 연금 승계조항이 삭제된 채 계류되었다.

    • 대전역에서 대전정비창, 시설, 전기 조합원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졸속적 철도구조개혁법안 저지와 노정 합의 파기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전국 5개 지방본부 주최로 조합원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만적인 철도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28일 총파업 강행을 결의했다.

    • 오후 건설교통부와 노정 협의를 진행해 △임시국회에서 철도구조개혁 관련 3개 법안 통과 보류 △철도 시설과 운영의 분리 철회 △고속철도 건설 부채 정부 인수 등을 요구했으나 건설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법만 보류하고 나머지 두 법안은 일단 통과시킨 뒤 논의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6.28 파업을 앞두고 전 조합원 사복 근무 투쟁에 들어갔다.

    • 국회 법사위에 상임위 법안이 통과되자 노조는 전국 5개 거점에서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 오전 4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27일 오후부터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과 전야제를 진행했다. 노조의 파업에 따라 수도권 전철을 포함한 전국 철도 운행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인 43%로 떨어졌다.

      • 파업 돌입 3시간 만에 경찰이 오전 6시 50분께 3,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연세대 대강당에 경찰 45개 중대 5,400여 명을 전격 투입, 노조원들을 오전 8시까지 강제 해산시켰다. 이날 서울을 포함해 대전, 부산, 영주, 순천 등 조합원 집결지에 경찰병력을 전격 투입, 1,519명을 연행한 뒤 이날 저녁 1,478명을 훈방했으며 41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하고, 노조 간부 5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면 강제 해산됐던 조합원들은 노조의 산개 파업 지침에 따라 지역별로 흩어져 재차 결집해 파업을 이어갔다.

    • 파업 2일차, 지방본부별 소조별 산개파업이 진행되고 노조의 파업에 따라 지역 간 여객열차를 비롯한 열차 운행이 평소 대비 절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등 열차 파행 운행이 확대되었다.

    • 파업 3일차, 공권력 진압을 우려해 집결 지침을 변경해 소조별 조합원 산개 파업을 지속했으며 노조는 언론 브리핑에서 기관사의 90% 이상, 조합원 1만 명 이상이 산개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청의 공사화를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및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 오전 지방본부별로 조합원총회를 열어 파업 철회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 참가자 4,070명 중 2,655명(65%)이 파업 철회에 찬성해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가 수용되지 못한 채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말았다"며 "철도를 지키기 위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 민주노총 산하 100여 개 사업장 9만여 명이 연대파업에 들어가 오후 서울 여의도, 울산, 부산, 창원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겸해 철도파업 무력 진압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4. 결과와 의미

    6월 30일 국회에서 결국 철도공사 전환을 포함한 철도 구조 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철도노조 집행부는 투쟁의 목표(법안 일방 의결 저지)가 사라진 상태에서 파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 7월 1일 지방본부별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다만 서울지방본부 등 일부에서는 노조 집행부의 파업 철회에 강한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파업으로 노조 위원장 등 15명의 간부가 구속되었고 철도청은 7월 11일부터 한 달여 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58명, 해임 21명, 정직 40명, 감봉 14명 등 총 133명을 중징계했다. 이어 노조를 상대로 97억 5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 노조와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상 기조를 철도노조 6.28 파업을 계기로 전면 선회해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 투입 등 강경 탄압 기조로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어진 화물연대, 비정규노동자 파업 등 노동자 투쟁에도 마찬가지로 강경 탄압 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입법 철회를 시키지 못하였지만, 집행부와 파업 참여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앞선 4.20 노정 합의에 따라 정부의 기존 철도 민영화 방침을 철회시키고 1인승무 철회와 정원 확대, 인력 증원을 통해 인력감축 구조조정을 중단시키고 일정하게 회복시키는 성과는 지켜낼 수 있었다.

    철도노조는 6.28 파업을 배수진으로 상하분리와 관련하여 유지보수를 철도공사가 담당하도록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수정을 이루어냈고, 6.28 파업을 통해 연금 불이익과 고속철도 건설 부채 정부 인수를 사회 여론화했다. 이는 이후 미흡하지만 한국철도공사법 제정 시 20년 연금 특례조항 도입과 정부가 철도공사 부채 대책을 발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 유보 이후 공공철도 건설 10대 요구를 제기했는데 철도산업구조개혁 입법 관련 노정 협의 과정에서 지분매각, 민간 위탁, 주식발행 등 민영화 관련 조항 삭제로 소유구조의 공공성을 일정하게 확보했다.

    철도노조는 6.28 파업으로 고속철도 건설 부채, 연금 불이익 등 상업적 철도 공사화가 예고되어 있어 고속철도 건설 부채 정부 인수, 연금 불이익 방지, 공공철도 이사회 도입 등 재정 및 운영 구조의 공공성을 제기했는데, 이는 철도노조가 민영화 저지를 넘어 공공철도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투쟁임을 보여준다. 이후 3.1 파업의 공공철도 요구로 이어진다.

    한편 파업이 종료된 이후 국회는 2003년 12월 18일에 미처리한 ‘한국철도공사법’을 의결함으로써, 철도 개편은 1990년 공사화 방침이 결정된 지 13년 만에 일단락되었다. 이후 철도의 상하 분리 및 운영 부문의 효율화(경쟁체제, 비정규직· 외주화 확대) 과정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데, 외견상 민영화는 중단되었으나 우회적 민영화 흐름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4.20 노정 합의이자 6.28 파업으로 법 조문화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유지보수 철도공사 위탁조항 삭제 기도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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